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성장 전망과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한 결과, 지난 주 미국의 3대 주요 지수는 몇 달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2.37%, S&P500은 3.10%, 나스닥은 3.45% 각각 내렸습니다.
자고 나면 변하는 ‘내 맘대로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해결을 이유로 캐나다 및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한 달간 시행을 유예했죠. 유예 기간이 끝난 후 4일부로 관세 부과를 강행했으나, 미국 자동차 업계의 반발과 주가 하락 등 경제적 압박이 커지면서 다시 일부 품목에 대한 한 달간의 관세 면제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으며, 6일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 전반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죠. 그러나 하루 만에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이르면 7일(현지시간)부터 당장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수년간 목재와 유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 우리를 갈취해왔다”며 “캐나다가 이런 관세를 없애지 않으면 상호 관세를 통해 같은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시기에 대해서는 “이르면 오늘 할 수도 있고, 월요일(10일)이나 화요일(11일)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관세에 대해 더 많은 ‘변화와 조정’이 예상된다며 “항상 약간의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죠.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외신들은 ‘매시간 바뀌는 구불구불한 무역 정책의 또 다른 반전(월스트리트저널·WSJ)’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WSJ은 “농업계는 전날 관세 유예 발표에 적어도 일시적으로 안도했지만 이날 발표는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에게 또 다른 강력한 휘청임을 안겨줬다”며 “트럼프 취임 후 시장은 엄청난 폭락을 겪었고 이는 주로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캐나다는 자국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산 우유의 수입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최대 241%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산 우유의 수입량은 그에 미치지 못해 실제 이 같은 관세가 적용되진 않았습니다. 또 목재의 경우 오히려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커 상호 관세를 물릴 경우 미국의 자재 가격 급등 및 주택 건설비 증가 등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USMCA준수 품목에 대해서는 한달 간 관세를 유예했지만 이 외의 품목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여전히 상당 수 제품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4월 2일을 기억하라"라고 몇 차례나 말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에는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죠. 앞으로도 관세 위협과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주 미국 증시]
이번 주 미국주식시장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2일)에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CPI마저 높게 나온다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2월 CPI 상승률 시장 전망치는 2.9%(전년 동월 대비)인데요. 1월 3%보다는 둔화한 수치죠. 특히, 오는 18~19일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마지막 CPI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점이 시장을 어느 정도 안심시키고 있는데요.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행사 연설에서“(경제) 지표 전개가 향후 소비 및 투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심리지표는 최근 몇 년간 소비 성장에 있어 좋은 선행지표가 되지 못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소비자심리 관련 지수들이 소비 둔화를 시사한 점을 두고 한 말이죠. 그는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지표는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광범위하게 균형 잡혔음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날 오전 2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발표된 것과 관련 “월간 변동성을 제거해보면 미국의 고용주들은 작년 9월 이후 월평균 19만1000명의 일자리를 견조하게 늘려왔다”고 판단했습니다.
11일에 나오는 1월 구인ㆍ이직 보고서(JOLTs)에서 구인 지표, 자발적 이직률 지표는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전망인데요. 13일에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옵니다. 시장 기대치는 전달 대비 0.3% 상승입니다.
마지막 거래일인 14일에는 3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예비치가 나오는데요. 2월 미시간대 예비치에서 전망을 웃돈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뉴욕증시에 투매를 끌어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죠. 어떤 나라에도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도 조정하느냐'라는 질문에 "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음 주에 발효된다"고 답했는데요. 다만,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 부과 흐름을 볼 때, 이번에도 발효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 연준 주요 인사의 발언은 없습니다.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침묵 기간'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외 주목할 만한 기업의 실적발표는 오라클(10일), 어도비(12일) 정도입니다.